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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살 때 AI한테 먼저 물어본다는 게 이상하게 들리십니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고액 명품 구매자의 82%가 이미 AI를 구매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 주얼리 업계에서 30년 가까이 버텨온 제 감이 '이건 또 CAD 때랑 똑같다'고 말하더군요. 소비자는 이미 달라졌는데, 브랜드는 아직 회의실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검토 중입니다.

AI가 명품 쇼핑을 바꾸고 있다는 게 과장일까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가 프랑스 명품산업협회 콜베르위원회(Comité Colbert)와 공동 발표한 보고서는 꽤 묵직한 숫자를 들고 나왔습니다(출처: Bain & Company). 2026년 4월 기준, 미국 명품 구매자의 54%, 중국 소비자의 64%가 최근 명품 구매 과정에서 AI를 활용했다고 답한 겁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명품은 오프라인 매장, 감성, 어드바이저"라는 공식이 이렇게 빨리 흔들릴 줄 몰랐거든요.
소비자들이 AI를 쓰는 방식도 단순한 검색을 넘어섰습니다. 제품 간 비교, 온라인 리뷰 요약, 가격 비교, 스타일링 추천, 함께 구매하면 좋은 아이템 제안까지 AI가 구매 여정(customer journey) 전반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구매 여정이란, 소비자가 구매를 인지하고 탐색하고 결정하기까지 거치는 모든 단계를 의미합니다. 그 여정 안으로 AI가 깊숙이 들어온 것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AI를 한 번 경험한 소비자의 97%가 앞으로도 계속 쓰겠다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이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고 봐야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AI에게 "40대 여성에게 어울리는 주얼리 브랜드를 가격대별로 비교해 줘"라고 물으면 특정 브랜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꽤 정교한 비교표가 나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걸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 미국 명품 구매자 54%, 중국 64%가 최근 구매에 AI 활용
- 고액 소비층(명품 구매액 상위)의 82%가 AI를 구매 과정에 사용
- AI 경험자의 97%가 앞으로도 AI를 계속 활용할 계획이라고 응답
- 생성형 AI 기반 명품 검색의 약 70%는 특정 브랜드명 없이 이뤄짐
브랜드와 소비자, 이 간극은 왜 생긴 걸까요?
저는 이 상황을 보면서 2002년쯤 주얼리 업계에 CAD(Computer-Aided Design, 컴퓨터 보조 설계)가 처음 들어오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CAD란 컴퓨터로 제품의 형태를 3D로 설계하고 도면을 뽑아내는 기술인데, 당시 업계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손으로 만든 게 더 값어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고, 많은 분들이 등을 돌렸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미국 주얼리 쇼에서 CAD의 진가를 먼저 목격했고, 귀국하자마자 대학 연구소를 찾아다니며 밤잠을 줄여가며 배웠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당시 학생들은 CAD 소프트웨어는 알지만 실무를 몰랐고, 저는 실무는 알지만 CAD를 몰랐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가 실무 현장 경험을 학생에게 제공하고, 학생은 저에게 CAD를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냈습니다. 1년쯤 지나자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CAD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주얼리 업계에서 CAD 없이는 설계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색한 일이 됐습니다.
지금 명품 브랜드들의 AI 대응이 딱 그 초기와 닮아 있습니다. 베인 앤 컴퍼니 보고서에 따르면 명품 기업의 61%가 AI를 10대 핵심 전략에 포함시켰지만, 실제 소비자 접점(온라인 판매, 고객 상담 등)에 AI를 적용한 비율은 전체 업무의 약 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여전히 재고관리·공급망·마케팅 분석 같은 내부 업무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미 64%가 구매에 AI를 쓰는데, 브랜드는 20%만 소비자 접점에 AI를 열어놓은 셈입니다. 이 간극이 바로 브랜드가 놓치고 있는 위험입니다.
또 하나 짚어둘 지점이 있습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 검색 환경에서 주얼리 관련 답변이 나올 때, 공식 브랜드 홈페이지가 인용되는 비중은 전체의 약 45%에 그쳤습니다. 생성형 AI란 사용자의 질문에 직접 문장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AI로, ChatGPT나 Gemini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나머지 55% 이상은 외부 전문 사이트가 차지합니다. 브랜드가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AI가 브랜드 대신 타인의 언어로 그 브랜드를 소개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출처: 다이아몬드경제).
그렇다면 명품 브랜드는 지금 당장 뭘 해야 할까요?
어떤 새로운 환경에 부딪힐 때마다 두 부류가 나뉘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받아들이고 함께 발전시키는 사람과,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 저는 주얼리 업계에서 CAD를 배울 때도, 3D 프린팅이 들어올 때도 언제나 전자의 편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요즘 변화 속도는 저조차 가끔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 그래도 발을 맞추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베인 앤 컴퍼니의 글로벌 리테일·럭셔리 부문 부회장 조엘 드 몽골피에(Joëlle de Montgolfie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바꾸고 있다." 제 경험상 이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생성형 AI에 주얼리 관련 질문을 던져봤더니, 특정 브랜드를 검색하기보다 "결혼 10주년 선물로 500만 원대 주얼리 추천해 줘"처럼 브랜드명 없이 조건 중심으로 묻는 방식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AI 관련 명품 검색의 약 75%가 제품 탐색이나 비교를 목적으로 이뤄진다는 보고서 수치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저는 CAD 시절의 교훈을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내 것을 지키되, 시대의 부름에 발맞추는 것. 명품의 핵심 가치인 장인정신(craftsmanship)과 인간적인 고객 경험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AI를 활용해 새로운 고객을 발견하고 브랜드 메시지를 AI 검색 환경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장인정신이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과 감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제조 철학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는 충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AI가 새 고객의 문을 열고, 장인정신이 그 고객을 붙잡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AI 최적화(AI Optimization)—AI 검색 결과에서 브랜드가 제대로 노출되도록 콘텐츠와 데이터를 정비하는 작업—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과제입니다. AI 최적화란 검색엔진 최적화(SEO)의 다음 단계로, AI가 학습하고 인용하는 외부 콘텐츠 생태계에서 브랜드의 목소리가 살아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브랜드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면, AI는 타인이 쓴 글로 그 브랜드를 정의해 버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명품 브랜드들이 AI를 아직 본격 도입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A. 가장 큰 이유는 명품 서비스의 핵심인 인간적인 상담과 고객 경험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럭셔리 브랜드 특유의 감성과 AI의 효율성이 충돌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제 경험상, 새 기술이 기존 가치를 훼손한다는 공포는 늘 초기에만 크게 느껴지고 실제로는 공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Q. 생성형 AI 검색에서 브랜드 공식 사이트가 잘 안 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A.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가 AI 검색 결과에 인용되는 비중은 약 45%에 그칩니다. AI가 답변을 만들 때는 외부 전문 리뷰 사이트나 큐레이션 콘텐츠를 더 자주 참고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자체 콘텐츠를 AI가 인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지 않으면 이 비중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최적화 작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Q. AI가 주얼리나 시계 같은 고가 품목 구매에도 실제로 영향을 미치나요?
A. 네, 오히려 고가 품목일수록 AI 활용률이 높았습니다. 명품 구매액이 많은 고액 소비층의 82%가 구매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고가 제품일수록 구매 전 비교와 검토가 신중하게 이뤄지는 만큼, AI가 그 탐색 과정에서 핵심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Q. 명품 브랜드들이 AI를 전략에 포함시킨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A. 전체 명품 기업의 61%가 AI를 10대 핵심 전략에 포함시켰고, 약 24%는 향후 3년간 AI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습니다. 2024년 최우선 과제 선정 비율이 5%였던 것과 비교하면 인식 변화는 매우 빠릅니다. 다만 실제 소비자 접점 적용률은 아직 20%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결론
시대를 앞서 가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발을 맞추지 못하면 결국 뒤처집니다. 저는 CAD를 배우던 그 시절부터 이 원칙 하나로 버텨왔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AI를 두고 고민하는 지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장인정신, 희소성, 인간적인 서비스—이 가치들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미 AI와 함께 쇼핑하고 있다면, 브랜드가 그 여정 안에 없다는 것은 선택이 아닌 공백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은 브랜드의 언어로 된 콘텐츠를 AI가 인용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 그리고 소비자 접점 한두 군데부터 AI를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새 기술은 처음 한 발이 가장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 한 발을 내딛고 나면, 두 발째는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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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귀금속 경제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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