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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유행이 돌고 도는 모습을 여러 번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유색보석이라고 해도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처럼 잘 알려진 보석을 주로 사용했고, 지금처럼 다양한 보석을 직접 찾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주얼리를 만드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원본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평면으로 그려진 디자인을 보고 실제 제품이 되었을 때의 두께와 높이, 보석이 들어갈 자리, 착용했을 때의 형태까지 생각하면서 원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후 CAD가 보편화되면서 화면에서 입체 형태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고, 이제는 AI까지 주얼리 디자인과 설계 영역에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달라졌다고 해서 주얼리 제작의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화면에서 보기 좋은 디자인과 실제로 착용하고 제작할 수 있는 주얼리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색보석의 선택이 다양해진 변화와 함께, 손으로 원본을 만들던 시절부터 CAD와 AI가 등장한 지금까지 제작 현장에서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잘 찾지 않던 유색보석, 무엇이 달라졌을까
제가 귀금속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유색보석이라고 하면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스피넬이나 투어멀린, 가넷처럼 지금은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보석들도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취급하는 경우도 드물었습니다.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보니 보석을 고르는 기준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다이아몬드나 잘 알려진 유색보석을 중심으로 선택했다면, 지금은 색이나 디자인에 맞춰 다양한 보석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특히 커스텀 주얼리에서는 꼭 비싼 보석이나 유명한 보석이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원하는 색과 디자인, 착용 목적에 맞는 보석을 고르는 것 자체가 맞춤 제작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스피넬은 여러 색으로 산출되며 특히 붉은 스피넬은 오랫동안 루비와 혼동되기도 했습니다. 투어멀린 역시 분홍색, 녹색, 청색 등 색의 범위가 매우 넓고 일부 원석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색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유색보석은 같은 종류 안에서도 색과 특징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정해진 기준만으로 고르기보다는 실제 원석의 색과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유색보석은 디자인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반지라도 어떤 색의 보석을 중심에 놓느냐에 따라 전체 인상이 달라지고, 보석의 크기와 형태에 맞춰 난 집과 주변 디자인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커스텀 주얼리에서 유색보석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석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 보석에 맞춰 제품 전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손으로 원본을 만들던 시대에서 CAD까지, 제작 방식의 변화
제가 주얼리 원본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지금처럼 화면에서 입체 형태를 돌려보며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디자이너가 그린 평면 디자인을 보고 실제 제품이 되었을 때의 두께와 높이, 보석이 들어갈 자리, 착용했을 때의 형태까지 생각하면서 원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평면으로는 보기 좋은 디자인이라도 그대로 입체로 만들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지가 너무 얇으면 제작 과정이나 착용 중에 변형될 수 있고, 보석을 잡아주는 부분이 부족하면 세팅이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필요한 부분을 지나치게 두껍게 만들면 디자인이 둔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디자인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 과정에서 여러 부분을 판단하고 조정해야 했습니다.
CAD가 도입되면서 이런 작업 방식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화면에서 주얼리의 입체 형태를 확인하고 치수를 조정할 수 있고, 여러 방향에서 디자인을 살펴본 뒤 제작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수정과 반복 작업도 예전보다 편리해졌습니다.
AI가 들어와도 주얼리 제작에서 달라지지 않는 것
AI가 주얼리 디자인에도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원하는 분위기나 형태를 이미지로 표현하고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은 이전보다 쉬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CAD와 함께 활용된다면 디자인을 구상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에서 보기 좋은 디자인과 실제로 제작할 수 있는 주얼리는 다릅니다. 반지는 손가락에 착용해야 하고, 보석은 빠지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세팅되어야 하며, 금속의 두께와 구조도 실제 제작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화면에서는 아주 가늘고 섬세한 난발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제품에서는 보석을 안정적으로 잡아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구조만 생각해 지나치게 두껍게 만들면 처음 의도했던 디자인의 느낌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주물, 세팅, 광택과 같은 다음 공정까지 생각하면서 판단해야 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주얼리 원본을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도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디자인을 그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이 되었을 때 문제가 없는지를 생각하면서 두께와 높이, 보석이 들어갈 자리와 전체적인 균형을 조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AI 역시 주얼리 제작자를 대신한다기보다 디자인을 구상하고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손으로 원본을 만들던 방식에서 CAD로 도구가 바뀌었듯 앞으로 AI의 활용도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커스텀 주얼리에는 어떤 유색보석을 사용할 수 있나요?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뿐 아니라 스피넬, 투어멀린, 가넷 등 다양한 유색보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종류의 보석이라도 색과 크기, 형태와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디자인과 착용 목적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CAD로 디자인하면 그대로 제품을 만들 수 있나요?
화면에서 완성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CAD의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실제 제작에서는 금속의 두께와 강도, 보석을 세팅할 공간, 주물과 광택 과정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화면에서 가능한 디자인이 반드시 그대로 제작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Q. AI가 주얼리 제작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AI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만들거나 형태를 구상하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실제 제작에는 재료와 구조, 세팅과 착용성 등을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AI가 발전하더라도 이러한 제작 경험과 판단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유색보석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CAD와 AI 같은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면서 커스텀 주얼리를 만드는 환경도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잘 찾지 않던 보석들이 다양한 디자인에 사용되고, 손으로 원본을 만들던 작업도 이제는 화면에서 입체 형태를 확인하며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제작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은 도구가 바뀌어도 실제 제품을 만드는 기본적인 판단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석을 안정적으로 세팅할 수 있는지, 금속의 두께와 구조는 적절한지, 착용했을 때 불편하지 않은지까지 생각해야 비로소 하나의 주얼리가 완성됩니다.
AI 역시 앞으로 주얼리 디자인과 설계에 활용되는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실제 제작에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커스텀 주얼리는 사람의 생각을 디자인으로 만들고, 그 디자인을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